2025년 5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이목이 바티칸으로 집중됐습니다. 제267대 교황이자 미국 출신 첫 교황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이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 것입니다. 그의 즉위명은 ‘레오 14세(Leo XIV)’.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순간입니다.
📌 미국 출신 교황의 첫 탄생… 왜 의미 있을까?
교황은 종교적 상징을 넘어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선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속 권력’을 가진 국가로 여겨져 왔고, 교황직은 종종 그런 영향력과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때문에 ‘미국 출신 교황’은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프레보스트, 즉 레오 14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삶의 궤적은 권력 중심부가 아닌, 남미 빈민가에서의 헌신과 봉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20년 넘게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페루 시민권까지 취득해 현지 대주교로까지 임명된 이력은 그가 단지 미국 국적자라는 이유만으로 교황이 된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 '레오'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 사자처럼 강인하게, 정의롭게
‘레오(Leo)’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합니다. 이는 강인함, 용기, 그리고 리더십을 상징합니다. 과거에도 레오라는 교황명은 여러 차례 사용되었으며, 그중 가장 주목할 인물은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입니다.
레오 13세는 가톨릭 사회 교리를 근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 정의를 강조한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으로 유명합니다. 새 교황이 스스로 ‘레오 14세’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그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현입니다.
🧠 현대성과 전통의 조화: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하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2023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주교부는 신임 주교를 선발하고 교회를 이끌 지도자를 결정하는 핵심 조직입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신을 이어받아 주교 선출 투표단에 사상 최초로 여성 3인을 포함시키는 등 변화의 선두에 섰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교황청 내에서 그가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이끌었습니다.
🗣️ 다국어 능력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교황
레오 14세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합니다. 첫 공식 발언에서 이탈리아어로 “La pace sia con tutti voi”(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길)이라 외쳤고, 이어 스페인어로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미국 출신임에도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의 세계시민적 정체성과 겸손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됩니다.
⛪ 전통의 회복과 현대의 통합
그는 선출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절했던 전통 복장인 진홍색 모제타를 착용하고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섰습니다. 이는 전통으로의 회귀, 또는 전통과 현대의 통합을 암시하는 행보로 해석됩니다.
🧭 인공지능 시대의 교회, 새 교황의 시대정신
레오 14세는 단지 종교적 상징만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이름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에 그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노동과 삶의 방식에 대한 교회의 성찰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교회가 노동, 기술, 인간성 회복이라는 문제에 더욱 깊이 관여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 결론: ‘레오 14세’ 시대, 새로운 리더십의 탄생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 이후 17일 만에 선출된 267대 교황 레오 14세는 교황직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인물입니다. 미국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남미에서의 헌신, 중도 성향의 리더십, 전통과 개혁의 조화는 그를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듭니다.
그가 전 세계에 보낸 첫 메시지처럼, 이 불안한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평화”입니다.
La pace sia con tutti voi.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