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로마의 한복판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 바티칸 시국(Vatican City). 면적은 약 0.44㎢, 인구는 약 800명 남짓. 그러나 이 작은 땅에서 세계 12억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영적 중심지로 기능하는 놀라운 이야기가 매일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알쓸별잡 지중해'편에서 한동일 교수님은 유흥식 추기경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간적인 일상 속 대화, 그리고 실제 교황청 내부의 풍경을 통해 바티칸 시민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 아침 산책으로 시작되는 하루: 바티칸 정원과 묵상
이른 아침, 바티칸의 하루는 정적 속에 평화롭게 시작됩니다. 일반 관광객이 접근할 수 없는 바티칸 정원에서는 신부, 수사, 그리고 추기경들이 간단한 운동이나 묵상을 하며 하루를 맞이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휠체어를 사용하고 계시지만, 건강이 좋을 때는 이 정원을 직접 산책하며 기도했다고 합니다.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님께 “제가 아침마다 교황님을 마음에 품고 정원을 걷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일상도 곧 기도의 연장선임을 보여줍니다. 정원에 있는 나무들 하나하나에도 명패가 붙어 있어, 바티칸의 역사와 신앙의 상징성을 느끼게 합니다.
🛍️ 바티칸의 슈퍼마켓과 면세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고 해도, 국가로서의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바티칸 시민들과 교황청 직원들을 위한 슈퍼마켓, 약국, 면세점이 따로 운영됩니다.
- 슈퍼마켓: 신분증이 있어야 입장 가능하며, 이곳에서는 일반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면세점(Duty Free): 바티칸은 독립국이기 때문에 자체 면세 혜택을 제공합니다. 고위 성직자 및 직원들은 이곳에서 명품이나 특산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바티칸의 일상은 기도와 영성 중심이지만, 동시에 생활의 편의성도 철저히 보장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교황청 약국과 복지 시스템
바티칸 내의 파르마치아(Pharmacia), 즉 약국은 일반 약품은 물론 고령의 신부나 성직자들을 위한 전문 의료용품도 제공합니다.
고령화된 성직자 사회인 만큼, 건강관리 역시 중요한 일상입니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도 88세의 고령으로 꾸준히 치료 중이며, 이러한 모습조차도 투명하게 공개하여 “생의 마지막도 신앙의 수업”으로 삼고자 하는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영성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 세계의 성모상이 모인 광장
바티칸 안에는 전 세계 국가를 대표하는 다양한 성모상이 전시된 공간이 있습니다. 남미, 필리핀, 아프리카, 유럽 각지에서 봉헌된 성모상이 한자리에 놓여 있는 모습은 ‘가톨릭은 보편적’이라는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이곳에 최근 한국 성모상도 설치되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는 유흥식 추기경이 교황에게 직접 제안하여 이루어진 일이었으며, 한국적 아름다움을 살린 심순애 작가의 모자이크 작품이기도 합니다.
바티칸 시민들은 이곳을 거닐며 조용히 기도하거나, 타 문화권의 신앙 표현을 존중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바티칸 시민이란 누구인가?
바티칸 시민은 단순히 국적이 아니라, 영적 사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시민권은 오직 교황청 근무자와 고위 성직자, 경호 인력 등 소수에게만 부여됩니다.
그들은 성당의 종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세계의 전쟁과 고통을 대신 기도하며, 가끔은 교황의 웃음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세속적인 유흥은 없지만, 그들의 하루는 가장 깊은 차원의 인간성과 신앙이 흐르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바티칸의 일상은 곧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신의 마지막 수업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병든 몸으로도 여전히 사람을 만납니다. 바티칸의 시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단지 신앙인에 머무르지 않고, 신앙을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기도, 봉사, 절제, 나눔, 사랑, 그리고 평화. 이 여섯 단어가 바로 바티칸 시민들의 일상을 설명하는 열쇠입니다.
💬 마무리하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은 겉보기에 고요하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세계를 껴안고 있습니다. 그들의 하루는 곧 기도이고, 숨은 곧 축복이며, 침묵은 곧 평화의 언어입니다.
이 특별한 나라와 그 시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작지만 가장 큰 나라’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