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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슬픔, 인간의 위로: <알쓸별잡 지중해> 성 베드로 대성당의 미켈란젤로 ‘피에타’ 깊이 읽기

by 똑똑똑32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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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멈추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의 시신을 품에 안고 비탄에 잠긴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조각한 미켈란젤로의 불후의 역작, ‘피에타(Pietà)’ 앞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 죽음과 상실, 인간의 연민과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조각으로 승화한 걸작입니다. <알쓸별잡 지중해> 에서 안희연 시인과 함께 피에타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감동의 깊이를 살펴보겠습니다.

 

🎨 피에타란 무엇인가? – 뜻과 역사

‘Pietà(삐에따)’는 이탈리아어로 '비탄, 연민, 동정'을 뜻합니다. 예술사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품에 안고 슬퍼하는 장면’을 묘사한 주제를 의미합니다.

이 주제는 14세기부터 종교 조각과 회화의 대표적인 모티브로 자리 잡았으며, 그 정점을 찍은 작품이 바로 미켈란젤로가 1499년에 제작한 바티칸 피에타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단 24세의 나이로 완성하며 일약 천재 조각가로 떠올랐습니다.

 

🕍 바티칸 피에타의 위치 –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서 만나는 슬픔

피에타는 바티칸 시국 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성당 입구 오른쪽에 유리벽 너머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지만, 유리벽과 거리의 한계를 넘어 작품이 전달하는 감정은 지극히 생생하고 직접적입니다.

<알쓸별잡 지중해 > 안희연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거리 너머에서도 갈비뼈 하나하나가 보일 만큼 섬세했어요. 마리아의 눈빛과 예수를 안고 있는 손의 긴장은, 정말 살아있는 고통 같았어요.”

 

 

✍️ 미켈란젤로의 조각 철학이 담긴 작품

바티칸 피에타는 단순히 신앙적 상징을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고귀함, 그리고 ‘죽음 이후의 침묵’까지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 대표적 특징

  • 예수의 몸은 사실적인 해부학적 표현으로 갈비뼈, 관절, 근육이 생생합니다.
  • 마리아는 젊은 여인으로 표현되어 있어, ‘영원한 성모’로서의 상징을 지닙니다.
  • 마리아의 넓은 무릎과 손은 예수를 보호하려는 모성애적 포용을 형상화합니다.
  •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안정된 구도로, 죽음을 품은 고요한 슬픔을 전달합니다.

🧡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 ‘참척의 비극’과 공감

한국에는 ‘참척(慘慽)’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일컫는 말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피에타는 바로 이 참척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17년 전에도, 이번에도 피에타상 앞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플까요? 저 표정 속엔 신도, 인간도, 모든 존재의 고통이 함께 들어있는 것 같았어요.”

 

💡 피에타(Pietà)와 삐에타스(Pietas)의 차이: 예술과 윤리의 경계

‘피에타(Pietà)’는 예술작품의 제목이지만, 고대 로마의 덕목 중 하나였던 ‘삐에타스(Pietas)’와 맞닿아 있습니다.

  • 삐에타스(Pietas)는 부모, 조국, 신에 대한 충성과 경건함, 즉 인간과 인간 사이의 깊은 책임과 존중을 의미합니다.
  • 이 단어는 후에 ‘휴머니즘(Humanitas)’의 뿌리가 되었으며,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도덕적 의무를 강조합니다.

즉,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단순히 슬픔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타인의 고통 앞에 서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죽음을 바라보고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윤리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 문학 속의 피에타 –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피에타의 주제는 조각뿐 아니라 문학과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김애란 작가의 소설 『입동』에서는 유치원 차량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단순한 상실보다 더 힘든 것은 사회가 보내는 차가운 시선입니다.

“아이가 죽은 것도 슬픈데, 사람들이 ‘저 엄마가 웃나?’, ‘화장은 했나?’라고 속삭이는 게 더 고통스러웠어요.”

 

이처럼, 피에타상은 단지 성경 속 사건이 아닌,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 마무리하며: 고요한 대성당에서 들려오는 울림

바티칸 피에타는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말보다 큽니다.

피에타 앞에 선 우리는,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과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자세를 되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조각상 앞에서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수많은 순간 속에서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지금도 성 베드로 대성당 한 켠에서, 고요한 빛 속에 서 있는 마리아와 예수.
그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고통을 대신 끌어안으며 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상처는,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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