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 그 이상입니다. 경제, 복지, 사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큐 인사이트>는 저출생 위기 대응 기획의 일환으로 ‘초고령사회를 걷다 – 도쿄산책’을 통해 일본의 혁신적인 노년 문화와 돌봄 시스템을 조명했습니다.
일본, 20년 앞선 초고령사회 실험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 저출생과 초고령화를 겪으며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왔습니다. 도쿄산책에서는 단순한 제도적 접근을 넘어 노년기와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준비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노년기를 회피하거나 숨기기보다는 ‘즐겁게’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소개됩니다.
이러한 접근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과 존엄성을 유지하며 사회의 활력을 지켜내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노인 돌봄시설의 반전! 파친코가 있는 '주간 보호센터'
전통적인 ‘주간보호시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조용한 음악, 단조로운 활동, 규칙적인 일정. 그런데 일본 도쿄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시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도쿄의 일부 주간보호센터에서는 파친코, 마작 테이블, 게임머니가 등장합니다. 매시간 체조를 마친 뒤 받을 수 있는 게임머니로 노인들은 ‘진짜 어른’만의 유쾌한 놀이를 즐깁니다. 단순히 노는 것을 넘어, 이 활동은 노인들에게 자율성, 활력, 인간관계를 되살려 주며 일상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돌봄 모델은 큰 호응을 얻으며 도쿄 내에만 20곳 이상 확산되었고, 새로운 ‘실버 엔터테인먼트 돌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죽음을 함께 준비하는 공동체 ‘무덤 친구’
“죽음이 무섭지 않아요. 무덤 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다카모리 가에코(85세)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흔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집니다. 하지만 일본의 ‘무덤 친구(墓友, 하카토모)’ 공동체는 다릅니다. 이들은 죽음 이후 한 장소에 함께 묻히기로 약속하며, 생전에 우정을 쌓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습니다.
이들이 찾는 곳은 합장묘.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함께 묻히는 이 묘지는 마치 아파트처럼 구성되어, 사후에도 공동체적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문화는 고독사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자발적 해법이자, ‘함께 죽는 삶’의 철학적 실험입니다.
이 개념은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큽니다. 혼자 살아도, 죽음마저도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 치매 환자와 가족의 행복한 일탈, ‘오렌지바’
‘치매’는 단지 질병이 아닙니다.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지워버리는 아픈 여정입니다. 이런 치매 환자들과 가족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요코하마시의 ‘오렌지바’입니다.
오렌지바는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환자도, 보호자도 아닌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여기에선 질병의 낙인이 아닌 취향, 유머, 삶의 흔적이 존중받습니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미래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렌지바’는 질병 중심이 아닌 존재 중심의 케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 초고령사회, 나이 듦과 죽음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도쿄산책>은 단순히 일본을 ‘답’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더 인간답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문화적 제안을 합니다.
- 노년을 ‘기다림’이 아닌 놀이와 활력의 시기로
-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준비하는 의식으로
- 질병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허무는 연대의 경험으로
이는 단지 복지정책이나 의료서비스의 문제가 아닙니다. 삶과 죽음,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 마무리: 일본에서 배우는 삶의 마지막 챕터
한국 사회는 이제 막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 나이 들수록 더 자율적이고 즐거운 돌봄이 가능해야 합니다.
-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는 더 이상 금기일 필요가 없습니다.
- 치매와 같은 질병도 존재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다큐 인사이트 – 도쿄산책>은 초고령화라는 위기를 단지 경제적 부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답게 나이 들고, 존엄하게 죽는 법을 묻는 성찰의 다큐멘터리입니다.
노년기의 삶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의 시작입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누구와 함께 늙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