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지적 예능 시리즈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이하 알쓸별잡 지중해)’는 늘 그렇듯, 가벼운 듯 깊고, 유쾌한 듯 진지한 통찰로 시청자에게 ‘지금 이곳’을 묻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시즌의 마지막 여정, 서울에 모인 전문가들이 꺼낸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우리가 한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AI는 어느새 일상의 가장 사적인 순간까지 스며들었습니다. 음악, 건축, 천문학, 교육, 화학, 글쓰기까지... AI는 이미 ‘보조자’를 넘어 ‘공존자’의 자리를 탐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알쓸별잡 지중해’ 마지막 회에 등장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AI 관련 경험과 관점, 그리고 우리가 AI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기타보다 먼저, AI에게 묻는다” - 음악가 윤종신의 고백
“예전에는 그냥 기타부터 쳤어요. 지금은 다음 멜로디를 AI에게 먼저 물어보게 돼요.”
이 말은 가수이자 프로듀서 윤종신이 AI에 대해 털어놓은 진심이었습니다.
AI 작곡 프로그램은 이제 “나 대신 악상 하나를 떠올려 줄 수 있는 동료”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윤종신의 경험은 창작의 영역에서 AI가 도구 그 이상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한 경계도 언급했습니다.
AI가 줄 수 없는 것은 ‘정서’이고 ‘맥락’이며, “어떤 감정이 이 노래에 담겨야 하는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AI는 멜로디를 제안할 수 있지만, 감정을 담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작업이다.
2. “연필보다 검색이 빠르죠” - 건축가 유현준의 현실 진단
유현준 교수는 “요즘 젊은 건축가들은 손 스케치보다 레퍼런스를 검색하고, AI 이미지 툴로 시안을 만듭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건축 설계에서 '창의성'의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즉, 창의는 이제 ‘내 안에서 짜내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짚었습니다.
“비슷한 이미지들이 범람하면서 개성 있는 설계가 줄고 있다”는 점. AI는 유용하지만, 개성과 철학을 위협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3. “달의 분화구도 AI가 순식간에 찾는다” - 천문학자 심채경
“수십만 개의 분화구를 사람이 찾으려면 수십 년 걸립니다. AI는 그걸 단 몇 시간 만에 해냅니다.”
심채경 박사의 말처럼, AI는 과학의 세계에서도 기존 연구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습니다.
AI가 가져온 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여유와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천문학처럼 막대한 데이터 해석이 필요한 분야에서 AI는 이제 필수 도구가 되었으며, 이는 다른 과학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4. “학생들이 교수보다 챗GPT를 더 신뢰한다” - 안희연 교수의 교육 현장
안희연 교수는 대학 강의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기반 학습의 현실을 고백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과제를 챗GPT로 합니다. 오히려 교수보다 챗GPT에게 더 많은 걸 물어보죠.”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지식 전달자와 수용자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AI는 정보 검색뿐 아니라 글쓰기, 사고 흐름, 아이디어 설계까지 도와주며 '제3의 튜터'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덧붙입니다.
“윤리, 인용,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더 절실해졌어요. AI가 만들어준 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죠.”
5. “AI가 노벨상을 받고, 과학자는 직업을 잃는다” - 이정모, 김상욱의 이야기
이정모 관장은 “작년에 화학자가 아니라 AI 개발자가 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김상욱 박사는 이 일로 인해 동료 과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하며 AI의 그림자를 조명했습니다.
단백질 구조 해석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했던 영역마저 AI가 대신하게 되면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혁신은 곧 기회이자 위협이며, ‘기술과 인간의 공존 방식’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다.
6.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
tvN ‘알쓸별잡: 지중해’ 마지막 회는 단순한 AI 찬가도, AI 비판도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의 나직한 고백은, 우리 모두가 이 변화의 중심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되묻게 합니다.
우리가 AI를 대할 때 기억해야 할 키워드 4가지
- 도구로서의 AI
→ 우리는 여전히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여야 한다. - 비판적 수용
→ AI의 답은 ‘정답’이 아니라 ‘제안’이다. - 윤리와 책임
→ 사용의 편리함만큼, 올바름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 공존을 위한 역할 재정의
→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재구성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7. 마무리하며: 우리가 묻고, 스스로 답할 시간
‘알쓸별잡’은 늘 그래왔듯,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생각할 재료를 꺼내 놓고,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깁니다.
이번 ‘지중해’의 마지막 여정은 AI라는 혁명적 기술 앞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조용히 묻습니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AI와 공존하고 싶은가?”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본질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답을 하고 싶으신가요?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대답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