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을 하다 보면 엘리베이터 버튼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그런데 유럽 크루즈, 특히 이탈리아 크루즈에서는 특이한 점이 발견됩니다. 13층과 17층이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순한 실수나 구조적 이유가 아닌, 문화적 미신과 상징에 기반한 배려입니다.
1. 13층이 없는 이유 – 서구권의 대표적 미신
숫자 13은 서구권에서 전통적으로 불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종교적,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열두 제자 중, 열세 번째 손님이었던 유다가 배신자였다는 전설
- 북유럽 신화에서도 불청객으로 등장한 13번째 신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이야기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도 이어져, 호텔이나 빌딩, 크루즈에서도 13층을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3층이 사라진 이유는 단순히 건축 설계가 아닌, ‘탑승객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배려’인 셈입니다.
2. 17층이 없는 이유 – 이탈리아 문화 속의 불길한 숫자
17이라는 숫자가 불길하다는 인식은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문화적 특징입니다. 이 믿음의 배경에는 라틴어와 로마 숫자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 17은 로마 숫자로 XVII로 표기됩니다.
- 이 숫자의 배열을 바꾸면 VIXI가 되는데, 이는 라틴어로 *“나는 살았었다(I have lived)”*라는 뜻입니다.
- “나는 살았다”는 표현은, 결국 *“나는 죽었다”*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죽음의 상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탈리아에서는 17이 불길한 숫자로 여겨지며, 병원 병실 번호, 비행기 좌석, 호텔 객실, 그리고 크루즈 선박에서도 17번 또는 17층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유람선에서의 안전과 집단 심리
수천 명이 함께 생활하는 유람선에서는 작은 미신도 커다란 불안 요소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탑승객들의 심리를 고려해 ‘불길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단지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닌, 집단의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13층과 17층이 없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문화와 언어, 역사에서 비롯된 상징을 존중하고 승객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한 선택입니다.
이러한 디테일이 크루즈 여행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