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최대훈은 평범한 일상의 질문 속에서 누구보다 진솔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꺼내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학씨 아저씨’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배우의 삶 너머, 오랜 시간 지켜온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11년간의 병간호, 아버지와 함께한 긴 여정
최대훈의 아버지는 뇌경색과 뇌출혈로 쓰러지신 이후 무려 11년간 투병 생활을 이어가셨습니다. 한밤중, 바닥에서 잠들어 계신 아버지에게 이불을 덮어드린 다음 날, 의식 없이 쓰러진 채 발견된 아버지는 이미 골든타임을 지나버린 상태였습니다. 당시 최대훈은 “세게 뺨을 때려도 일어나시지 않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 절박함과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아프게 했습니다.
이후 그의 일상은 아버지를 돌보는 일로 가득했습니다.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직접 용변을 처리하며 병간호를 했던 시간들. 최대훈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살 바에야…’라고 안 좋은 생각도 한 적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해 “할머니, 아빠 데려가면 안 돼요?”라고 속삭였던 어린 아들의 바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절박함과 사랑, 그리고 무력감이 뒤섞인 고백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별, 초라했던 마지막 길
그러던 중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계시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떠나보낸 아버지. 최대훈은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믿기지가 않아서 슬프지도 않았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화장터로 바로 가라’고 했다. 가시는 길이 너무 초라했다.”
한 인간의 삶의 끝이 그렇게 조용하고 황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든 유족에게 씻기 힘든 아픔을 남깁니다. 최대훈은 “관도 초라했고, 배웅도 못 받으신 게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 순간 아들은 배우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한 사람으로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못다 한 마음, 여전히 남아있는 그리움
최대훈은 방송 말미에,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승합차 큰 거 하나 사드리고 싶었다. 친구 분들과 노년을 즐기시라고. 어디 자랑해도 아무도 몰랐을 텐데, 지금은 많이 알아봐 주시니까 어깨동무하고 꽃길만 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말은 단순한 아쉬움 그 이상입니다. 무명 시절 함께 고생했고, 이제야 빛을 보게 된 지금,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현실이 그에게 얼마나 쓰라린 것인지 느껴집니다. ‘더 좋은 것을 해드리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이제야 알아봐주는 세상에서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지금도 그를 사무치게 합니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이야기
최대훈의 이야기는 단지 유명 배우의 개인사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겪게 되는 이별,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미안함과 그리움을 대변합니다. 무명 시절에도 아버지를 위해 밤을 새워 병간호를 하고, 떠난 이후에도 더 해주지 못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그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인 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배우 최대훈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주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연기는 아마도 11년간 병간호라는 무대에서, 매일같이 펼쳐졌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진심은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빛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버지의 기억과 함께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